서막
아직 밤의 그늘이 드리워진 어둠의 한가운데 손을 문지르며 우물이 있는 정원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며칠 동안 끙끙 앓아 잠을 푹 잔 터라, 이처럼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랜만이다. 머무른 곳은 상관(商館)으로 『시간은 금』이라는 상인의 말이 와 닿았다. 우물 옆, 기대어져 있는 막대기를 사용해 우물 바닥에 붙은 두꺼운 얼음을 깼다. 길어 오른 물은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얼굴을 씻으면 칼로 깎아내는 것처럼 느껴져 졸음이 달아났다. 얼굴을 닦고 차가운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신 후 하늘을 바라보니 웃음이 나올 것 같이 상쾌했다. 언 땅에 무릎을 꿇었다. 모직 카펫을 깔 필요는 없었다. 추위와 고통을 감내해야 신에게 바치는 기도에 뜨거움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온한 공기에 언제까지나 기도를 바..
늑대와 양피지/2권
2017. 5. 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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