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날이지만 겨울임에도 드물게 맑았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푸른 하늘이 보이고, 쌓인 눈에는 햇빛이 비치며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북녘 땅에 위치한 온천 마을 뇨히라의 겨울에서는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림 같은 멋진 여행의 날이 되었지만, 여기에 운을 더 써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조금 들기도 한다. 그러나 길고 긴 무뚝뚝해 보이는 여행의 외투에 눈을 돌리자 여행을 떠나는 성직자가 되었음을 새삼 느낀다. 이 날씨는 하나님이 내려준 전도의 축복이 틀림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을에는 강이 흐르고, 부둣가가 위치해있다. 환절기에는 온천 목적으로 방문하는 손님들, 돌아가는 손님들로 무척이나 붐비지만, 지금은 화물선 한 척만이 정박해있을 뿐이다. 화물이 ..
따스한 계절의 비는 살짝 달콤하다. 뺨을 타고 흐르는 방울을 핥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심부름하고 돌아오는 길에 떨어지는 비를 피하지 못했다. 이 지역은 곳곳에 초원이 있는 지역으로, 비가 밋밋하게 내린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빗방울들이 꾸준히 떨어지는 정적의 세계다. 가만히 서 있으면 영원히 그 경치에 갇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평온할 때, 낮잠을 자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겠으나, 또 한편으로는 방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 이렇게 나와있는 것이 좋다,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물을 머금은 스커트에 진흙이 튀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달리고, 달리고, 계속해서 달렸다. 이것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어슴푸레 안갯속에 목조 건물이 보였다.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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