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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서가의 바다에서 잠든다

작가 후기

(◉◞⊖◟◉) 2017. 9. 16. 18:15
작가 후기
 산성지[각주:1]는 수명이 30년에서 50년, 중성지[각주:2]는 그 세배. 화지[각주:3]는 천년, 양피지도 천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이 중성지에 인쇄되고 있다면 얼마나 팔려나갔다고 해도, 100년부터 200년에 한 번은 새 책으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무(無)로 돌아가는 운명인 것입니다.
문자를 쓰는 매체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처음으로 책방의 선반에 줄지어 놓인 많은 고전(古典)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엄청난 행운이 겹쳐서 천년이나 이천 년 전에 쓰인 글들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책이 누군가에 의해서 몇 번이나 베껴져 전해졌다고 합니다. 만약 한 번이라도 그 사슬이 끊어졌다면 영원히 전해지지 못했을 거라고.
 그러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이번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하세쿠라입니다. 『WORLD END ECONOMiCA』 1권부터라면 두 달 만이지만 격월 간행은 처음 같습니다. 또한, 이쪽은 평소대로 중세풍(?)의 판타지입니다. 일단 『막달라에서 잠들라!』의 스핀오프입니다, 만 그와 별개로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축으론 『서가』 쪽이 먼저이며, 『막달라』 쪽에서 이름만 나오는 그 캐릭터가 『서가』에선 모습을 드러내 움직이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이번 이야기의 참고서와 이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1417년, 1권의 책이 모두를 바꾸었다.』(一四一七年、その一冊がすべてを変えた.)[각주:4] 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골 서점이 아닌 다른 책방의 선반에서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에 이 책과의 만남은 운명인가, 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단골 서점에서 같은 책을 찾아봤는데,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이 후기를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매달 수십 권 출판되고 있는 라노벨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해 주신 것이죠. 과거에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다른 책을 손에 들고 계셨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게다가 책 자체의 수명은 백 년에서 이백 년 정도여서 기나긴 인류 역사 속에서 이 책이 책으로써 존재할 시간은 아주 작습니다. 그 말은 이 책과 여러분과는 기적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어라, 사고 싶어지셨나요? 이미 읽은 당신은 이 기적의 만남을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졌나요? 책과의 만남은 1기 1회, 생각나면 실행하기, 쇠뿔은 단김에 빼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휘어지는 모퉁이에는 복이 있다![각주:5]
 어떻든 간에 즐기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다른 책에서 만나겠습니다.
 


하세쿠라 이스나
 






  1. 酸性紙. 산성을 띄고 있는 종이로, 기술이 부족해 중성지가 개발되기 이전엔 모두 산성지가 사용되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이전의 출판물 90% 이상이 산성지가 사용되었다. [본문으로]
  2. 中性紙. 백색 안료로서 탄산칼슘을 첨 가해서 뜬 종이. 한국의 전통종이인 한지가 중성지에 가깝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출판물이 중성지로 생산되고 있다. [본문으로]
  3. 和紙. 일본의 전통지. [본문으로]
  4. 한국 정발명은 《1417년, 근대의 탄생: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본문으로]
  5. 모두 일본 속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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