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식당 안에 햇살이 바스라져 들어왔다. 햇살의 기울기를 보자 낮인 듯 했다. 난로 속의 잉걸불은 굉장히 따듯했다. 계속 이렇게 빈둥거리고 싶다는 유혹이 강렬했지만 나에겐 해야할 일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힘을 줘 일어나보니 머리맡에 식기와 작은 항아리가 놓여있다. 클레어가 구워준 듯한 무효모빵과 포도주였다. 『….』 뾰족한 말투와 행동을 보여주지만 역시 혈통이 좋아서 인지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 클레어가 곤란해 하고 있다면 서적상 흉내와는 상관없이 힘이 되어주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엔 충분하다. 물론 정말 그렇게 해줄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방대한 책의 지식이 있는, 이른바 수천 년을 거쳐 온 현자들의 조언이 있다. 두려움은 없다. 『좋아.』 기합을 넣고 식당을 ..
『어째서 내가 장작을 패야 하는 거야.』 라고 중얼거렸지만 쟈드는 무시한 채 빠르게 쌓여있는 장작을 들어 올리더니, 지금은 거의 쓰지 못하고 있는 수도원의 가장 큰 건물로 옮겼다. 그곳에는 식당이 있는데 날도 저물고 있었으므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식사를 하기로 해 지금 그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식재료들은 고급재료들이 남아돌고 있다. 『그걸로 빵을 만들어?』 밀가루 반죽을 넣은 납작한 냄비를 든 나를 바라보며 클레어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난로에는 이미 쟈드가 피운 불이 타오르고 있다. 큰 테이블과 의자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쟈드와 클레어는 벽난로 앞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앉아 있다. 가끔 청소한 듯 지금 당장 손님들이 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러므로 사람이 살지 않은 장소인 것을 다시금..
그랜든 수도원 도서관 입구 위에는 이빨을 드러낸 악마 형상의 조각이 새겨져 있어서 방문객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 앞쪽부터는 지옥이라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도서관에 나쁜 마음을 먹고 침입해 장서를 훔치지 말라는 경고를 위한 것이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책을 훔치는 성직자들의 이야기는 심보가 고약한 귀족들이 즐겨 말했다. 태평한 쟈드는 악마상(像)을 찬찬히 아래에서 올려다봤지만 나는 책의 매입을 위해 온 것이지 도둑질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핑계를 가슴속에서 필사적으로 되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입구를 지나 석조 건물인 도서관에 발을 딛자 금방 깨달았다. 『공기가 맑은데?』『다른 건물과 달리 꼼꼼히 청소되어있어. 거기 책상 좀 봐. 출입대장이 놓여 있고, 잉크가 마르지 않은 데다 펜의 날개도 매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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